연인(세계문학전집 144)
프랑스 현대 문학의 대표적 여성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공쿠르 상 수상작. 베트남에서의 가난한 어린 시절, 중국인 남자와의 광기 어린 사랑을 섬세하고 생생한 묘사로 되살려 낸 자전적 소설이다. 1992년 장자크 아노 감독의 동명 영화로 제작된 이 작품은, 1984년 '연인'을 초역해 국내에 소개한 김인환 교수가 다시 우리 말로 옮긴 새 번역본이다. 1929년 프랑스령 베트남. 가족과 함께 방학을 보낸 프랑스인 소녀는 기숙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나룻배를 타고 메콩 강을 건넌다. 난간에 홀로 기대서서 강물을 바라보는 소녀의 모습은 남성용 중절모와 생사 원피스, 굽 높은 구두 차림에서 풍기는 조숙하고 독특한 분위기로 같은 배에 타고 있던 부유한 중국인 남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소녀는 남자의 제안으로 그의 독신자 아파트로 안내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욕망을 경험하고 해방감을 느낀다. 가난한 환경에 대한 절망으로 무기력해진 어머니, 마약과 노름에만 빠져 있는 난폭한 큰오빠, 그리고 늘 큰오빠에게 시달리는 나약한 작은오빠. 비정상적인 가족에 대한 혐오가 더해 갈수록 소녀는 남자와의 관계에 더욱 몰입하고, 그 관계는 점점 광적인 욕망과 공허한 사랑으로 치닫는데…. 소설은 여러 시공간을 넘나드는 짤막한 문단들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가 프랑스인 소녀와 중국인 남자와의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 순차적으로 사건을 진행시킨다면, 소설은 베트남에서의 어린 시절이, 프랑스로 귀국해 문단과 학계의 저명인사들과 교류하던 시절이, 노년에 이른 현재의 시간이 뒤섞여 있다.
저자
마르그리트 뒤라스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07.04.30

시간 때우러 들어간 서점에서 본의 아니게 오랜 시간 머무르게 되면서 빈손으로 나오기 민망해서 집어온 책.
개인적인 취향으로 (원작이라 할지라도) 영화 포스터를 책의 표지로 쓰는 걸 안 좋아하는데 두께도 얇고 딱히 눈에 띄는 다른 책도 없어 금방 읽겠거니 싶었건만 전혀.

나열되어 있지만 흐름이 느껴지고 비어있지만 작가는 모든 걸 말해주었다.
오래간만에 느낀 독특한 경험이었는데 본능적으로 재배치해보려는 과정이었는지 남아있는 감정의 기억들을 곱씹게 되더라. 그렇게 문장 하나하나, 문단 하나하나가 날 쉽게 놔주질 않았다. 그렇다고 감정적으로 몰입해서 읽은 것도 아닌 게, 현재-과거가 교차되며 진행되다보니 적당한 객관적인 거리감도 누릴 수 있었다.

다 읽고 든 생각은- 한번 더 읽고 싶다, '태평양을 막는 제방'을 읽고 난 후 한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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