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때우러 들어간 서점에서 본의 아니게 오랜 시간 머무르게 되면서 빈손으로 나오기 민망해서 집어온 책. 개인적인 취향으로 (원작이라 할지라도) 영화 포스터를 책의 표지로 쓰는 걸 안 좋아하는데 두께도 얇고 딱히 눈에 띄는 다른 책도 없어 금방 읽겠거니 싶었건만 전혀.
나열되어 있지만 흐름이 느껴지고 비어있지만 작가는 모든 걸 말해주었다. 오래간만에 느낀 독특한 경험이었는데 본능적으로 재배치해보려는 과정이었는지 남아있는 감정의 기억들을 곱씹게 되더라. 그렇게 문장 하나하나, 문단 하나하나가 날 쉽게 놔주질 않았다. 그렇다고 감정적으로 몰입해서 읽은 것도 아닌 게, 현재-과거가 교차되며 진행되다보니 적당한 객관적인 거리감도 누릴 수 있었다.
다 읽고 든 생각은- 한번 더 읽고 싶다, '태평양을 막는 제방'을 읽고 난 후 한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