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바르가스(에바 가드너)의 장례식장에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마리아를 회상하는 감독 겸 극작가 해리, 홍보 담당 오스카, 백작 남편 빈첸초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지만 분량이 나눠져 있다기 보단 당연하 대부분 해리(험프리 보가트)의 회상이 두드러진다. 오스카는 분량이나 비중이나 내레이션까지 할 정도는 아닌데 왜 들어가있는지 보면서도, 다 보고 나서도 모를 일이다.
아쉬웠던 것 중 하나는, 세 남자의 내레이션이 하나의 톤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다른 역할의 내레이션인데 한 역할로 몰아줘도 이질감이 없을 것이라는 것은 시나리오를 포함한 연출의 안일함이 아닐는지.
그 연장선으로 마리아의 캐릭터 역시 평면적이 아니었나 싶더라. 시작할 때부터 죽은 여자, 저 여자를 회상하는 게 골격인 이야기라면 끝날 때까지 양면적인 모습으로 여운을 남겨야 하는 건 기본일 텐데 마리아는 그냥 모래에 발 담그기를 좋아했던 여자아이 그 이상으로는 죽어도 안 나가던데?
잘만 만져졌다면 영화 '라쇼몽'에 버금가는 걸작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하기사 그게 쉽게 되는 거라면 세상 모든 감독들은 다 구로사와 아키라고 마틴 스콜세지고 스티븐 스필버그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