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더빙으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봤다.
일단,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슬램덩크 극장판을 마냥 추억팔이로 만들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겠더라. 하지만 이미 극초반에 베이스 소리와 함께 송태섭 > 정대만 > 채치수 > 서태웅 > 강백호가 드로잉으로 하나씩 등장하며 걸어 나오는데 추억팔이가 절로 되는 걸 어쩔.

그때부터는 코트 위의 북산과 산왕을 보면서 순간순간 찡-했다가 송태섭의 과거사에 현실로 돌아왔다가 또 산왕전이 나오면 찡-함의 연속이었다. 송태섭의 과거사가 별로였다기 보단 원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극에는 몰입이 쉽지 않긴 하지만,

새로운 이야기 (송태섭의 과거사) 보다 알고 있는 이야기(산왕전)에 집중도가 올라간다는 걸 스스로 느꼈을 정도니까- 송태섭의 과거사가 지루했던 건 아닌데.. 역시 회상씬들의 연출은 쉽지 않구나, 다시금 느꼈다고 해야겠다.

또 어쩌면 아는 이야기 (산왕전) 임에도 불구하고 만화책을 보며 상상했던 것- 어쩌면 그 이상으로 애니메이션으로 표현가능하다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됐고 그렇게 대비되어 더 지루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송태섭의 과거사가 전면에 나오는 걸 보면서 예상은 했지만 안감독의 '보고 있나 재중 군', 서태웅과 윤대협의 1on1 회상, 변덕규의 '가자미가 되어라', 강백호의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고요.' 대충 생각나는 것만 이 정도.. 외의 삭제된 대사나 장면들이 아른거리는데 앞서 말했지만 삭제될 것이 분명했기에 실망은 없었다.

몇 가지 아쉬웠던 것들이 있지만 작정하고 이해하면 못할 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것이 결말이다. 도대체 왜 송태섭이 미국에서 정우성과 맞붙고 있는 건지? 아예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었어서 엔딩 크레딧의 여운을 느끼지도 못하고 바로 검색부터 했었다.

별 얘기가 다 있던데 무슨 '슬램덩크 장학금'을 받은 모군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어쩌고..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농구를 했을 때 포지션이 가드였는데 저쩌고.. 그래서 어쩌라고?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 송태섭의 미국행은 없어야 되는 사족이라고 본다. 솔직히 도내 No.1 가드도 아니잖아..;; 

하지만 이 모든 건 그저 투정과 애교였을 뿐, 영화와는 상관없지만 문제는 이거다.

저저 '너희는 풋내기니까' << 이 대사가 오역이라는 걸 이제 알았다고, 내가.
야.. 장난하냐. 더빙으로 들었을 때 '난 완전 초짜니까' 이러는데 감상을 멈출 수 없어서 일단 계속 보기는 했거든. 설마 잘못 들었겠지, 다른 단어를 초짜로 잘못 들었을 것이다, 내심 생각하며 감상을 끝내고! 송태섭 미국행 검색도 하고!! 더빙 오역으로 검색을 했더니!!!

'너희는 풋내기니까'가 오역이라는데 내 심정이 어땠을 것 같아?
이런ㅅㅂ 욕을 안 할 수가 없던데? 이거 극장판 아니었으면 난 눈 감는 날까지 '너희는 풋내기니까'로 알고 살았을 거 아냐? 아니 저 '슬램덩크'로 오리지널판, 프리미엄판, 완전판, 최근엔 신장어쩌구판도 나왔던데 판본이 몇 갠데 수정이 된 판본 하나가 없다는 게 말이 된다 생각하나?

애인의 남동생에게 빌려준 슬램덩크 오리지널판만 받으면 그 즉시 저 대사는 내가 임의로 수정할 생각이다. 종이를 덧대어 '너희는'을 '난 완전'으로 바꾸든지 '너희는'을 아예 삭제하던지 둘 중에 하나는 내 기필코 하고야 말 것이야.


이래저래 아쉬운 점을 많긴 했지만 정말 기분 좋은 감상을 했기에 가능한 투덜거림이 맞다. 개인적으로는 산왕전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선물을 받은 것 같고, 혹자는 '더 세컨드 슬램덩크'도 나오는 게 아니냐고도 하던데 인간적으로 이건 '배가본드' 완결부터 내줘야 한다고 본다. ..

끝으로, 강백호의 '왼손은 거들 뿐' 대사도 잘 들었다. 목소리 차분하고 좋던데? 😉 3.5

뚫어! 송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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