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 너무 바쁘다. 바쁠 줄은 알았는데 예상치를 까마득히 뛰어넘는 바쁨이라 애인은 방에서 나오질 않고 난 거실에서 TV를 배경 삼아 틀어놓고 소리는 키우지도 못하고 누웠다가 앉았다가 또 누웠다가 앉았다가.. 책도 읽기 싫고 그런 거 있잖어. 그랬는데,

야구장도 못 가고 산에도 못 가고 애인은 나 혼자라도 가라는데 일하는 사람 두고 가기도 뭐하고 게임 하는 것도 없고 블로그 스킨 수정(이라기도 뭐한 수준이지만 어쨌든) 조금 했는데 이야.. 블로그 없었으면 어쩔뻔? 시간 진짜 잘 가더라.

그러면서 나의 미적인 감각은 분리수거 안되는 쓰레기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는데, 색상이 이뻐서 맞춰보니 눈이 부실 정도로 너무 밝길래 조금 낮은 색상으로 바꿨다가 색상 자체가 맘에 안 들어 딴 걸로 바꿨는데 이것도 밝은데..? 하면서 바꾸고 바꾸다보니 결국은 검은색으로 롤백. 야이 쓰..

하지만 주말 삼성과의 2연전을 쓸어담은 게 위안거리가 됐지, 암.

토요일 린드블럼 선발경기는 무난하게 딱 지는 패턴이었는데 와.. 린드블럼. 구자욱의 3루타 이후 러프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는데 내 주먹도 불끈.
이후 김인태의 홈런 때는 진짜, 우측 폴대를 비춰주는데 막판에 휘어 나갈까봐 인태야 인태야아- 저거저거- 정말 이렇게 말하면서 그 홈런 타구를 바라봤다는 거 아니냐. 시즌 1호 홈런 축하합니다. 권혁 선수의 마무리도 좋았고.

일요일 이용찬 선발경기는, 타석에 선 오재원의 스윙폼이 너무 창피해서 나 혼자 TV를 보는데도 고개를 들 수 없었고..
삼성의 이학주는, 어려운 수비를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송구까지 완벽한데 가끔 말도 안되는 실책을, 그러니까 이학주 수비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아니 왜 저런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그땐 도대체 왜 그랬던 거지?' 이렇게 복기를 하게 만든다. 암튼 이상한 선수야..

중간중간 방에서 들리는 라디오 소리와 프린터기 돌아가는 소리는 흡사 오밀조밀 돌아가는 일종의 공장을 연상시켰고, 그렇게 주말 내내 방에 틀어박혀 있던 애인은 일요일 저녁에 한계점에 도달했는지 갑자기 바람 쐬자고 날 끌고 나가서 동네 막걸리집으로 향했다.

중요한 건 이 바쁨이 9월 내내 이어질 거라는 거.. 휴가도 못갔고 못갈 것이고 못가게 됐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나도 무조건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어 몇 번 방에 틀어박혀 끙끙댄 적 있는데 그때 애인도 되게 심심했겠다, 싶어 마음이 좀 짠해지더라. 괜찮다 그래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괜찮은 게 아니었어.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

하지만 난 정말 괜찮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 상황에 맞는 놀거리를 찾고야 말 것이기 때문에- 피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