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 출근하는 토요일엔 회사에 데려다주는 게 암묵적인 룰인데 다 준비하고 나가려고 보니 식탁 위에 있어야 할 차 키, 지갑이 없는 거다. 보조키도 방에 잘 둔다고 뒀는데 찾으니 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애인 혼자 나가고- 혼자 나가는 걸 보니 마음이 안 좋은데 일단 꾹 참고,
혼자 남아서 이걸 도대체 어디서부터 뒤져야 하는 건지 감도 못 잡겠고 뭐에 씐 것 같고 방에 들어가 멍하니 앉아서 서랍을 뒤적거리는데 보조키가 수줍게 고개를 내밀더라. 이야- 뒤집어엎을 때는 안 나오더니 장난하나.. 암튼,
예전 기억에 보조키로 시동이 잘 안 걸렸던 게 생각나서 시동이나 걸어보려고 주차장으로 나갔는데 혹시나 싶어 차 안을 보니 지갑은 떡하니 조수석에 놓여있고 차 키는 키 실린더에 세상 얌전하게 꽂혀 있네? 그 짧은 순간 스스로에 진저리가 나는데- 생각하니 또 짜증 나는구만. 그래도 어쨌든 찾아서 다행이다 말았는데,
애인이 퇴근하며 같이 먹을 점심으로 치즈 김밥을 사 온 것이다..! 내가 치즈를 못 먹는 건 아니나 안 먹는 것을 아는 애인은 주문이 잘못 들어갔다고 미안해하고 나는 '정말 괜찮아, 어차피 안 먹을 건데. 내일 너 먹어.' 토닥토닥.
막판에 마신 아메리카노가 맛있어서 위로가 됐으니 망정이지 쓸데없이 예민하게 힘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