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서야 비로소 컨디션이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아침에 눈 뜨는 순간 알았다. 드디어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제 자리를 찾았구나.

기념으로 점심에 라면도 먹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라면이 내 앞에 놓이는 순간, 젓가락으로 면발을 휘이휘이 저은 후 적당하게 들어 올려 입에 넣고 씹어 삼키는데 밀려오는 감동이란. 죽이고 수프고 됐다 그래라. 인간에겐 그저 맵짠단맛이 필요한 것이다.


예전에 프라임 비디오에서 애니메이션 두 개를 재미있게 봤었는데 그중 하나가 '배를 엮다'라는 애니메이션이었다. 같은 원작의 영화 '행복한 사전'도 찾아봤던 기억도 나고, 암튼 이번에 알게 된 게 작년에 '배를 엮다'로 드라마가 나왔다는 것이다. 아, 이건 꼭 봐야 한다는 의무감에 볼 수 있는 플랫폼을 찾았는데 가입한 ott가 몇 개인데 저 드라마 하나가 없더라.

그런데 웃긴 게 뭔지 아나? 'U+모바일tv'에 있더라고. 것도 그냥 코 빠져 있다가 검색 한번 해봤는데 '독점'이라고 떡하니 검색되는 게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냥 어디 예를 들어 (왓챠와는 사이가 안 좋을 테니 논외로 치고) 키노라이츠 검색 같은 그런 검색엔진과 제휴라도 해서 당신들이 보유 중인 영상들 홍보 좀 하면 안 되냐? 물론 모바일tv 앱이 좀 많이 거지 같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건 아니잖아.

251026 추가)
24년 초에 유플러스에서 'U+tv모아'라는 통합 정보 탐색(?) 검색 사이트를 내놨더라. 나도 우연히 발견한 건데, 이거 이용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니. 존재 자체를 아는 사람이 있긴 할까. 도대체 문제가 뭘까? 홍보? 마케팅? 퀄리티? 네이밍? 왓챠와의 분쟁은 현재진행형인 듯.


이제 와서 말이지만 디즈니 플러스에서 이번에 올라왔다는 EMK뮤지컬들 (엘리자벳, 팬텀 등등) 이거 U+모바일tv에서 볼 수 있었는데 내려가고 디즈니플러스에 올라온 거다. 가끔 디즈니플러스 일한다고 뮤지컬 보라는 영업글(?) 같은 거 볼 때마다 나 혼자 짜게 식는데 이젠 무섭다고, 대한민국에서 나만 U+모바일tv에 올라왔었다는 걸 알고 있는 건가 싶어서. 홍보 좀 해 도대체 뭐 해.

암튼, 그렇게 '배를 엮다' 드라마도 봤는데 정말 정말 재밌게 봤다. 아마도 영화나 애니메이션처럼 같은 진행이었으면 봤던 거니까 그냥저냥 봤을 텐데 딱 13년 후를 시작점으로 사전이 완성되기까지의 3년, 주인공이 바뀌면서 시점도 바뀌고 예전 사전 편집부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 한마디, 컷 하나로만 내보이는데 새록새록 기억이 날듯 말 듯하고 (한 예로 15장의 연애편지 같은 거) 드라마를 다 보고 나니 입가의 미소가 절로 그려지는데 아아아...

원작을 읽지 않아 그 틀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어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연애'에 대한 정의도 물론 난 좋았지만 원작에 실렸는지는 몰라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세대에 종이 매체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나 팬더믹 상황 등은 분명히 원작에는 없는 것이다. 시대를 담아낸 용기있는 각색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고 아 맞다. 단 하나 아쉬웠던 건 애니메이션의 엔딩곡이 정말 좋았는데 재탕 좀 하지 그랬냐며.

I & I - Leola

ott 플랫폼이 큰 장벽이긴 한데.. ✓ U+ iptv 가입자다. ✓ '배를 엮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둘 중에 하나라도 재미있게 봤다,, 면 추천. U+모바일tv 앱 자체가 iptv 가입자가 아니라면- 아니어도 가입 가능하고 볼 수는 있지만 보기가 좀 힘든 앱이라 정말 구리다는 뜻 추천도 쉽지 않은 냉혹한 현실이여..


그렇게 당시 프라임 비디오에서 '배를 엮다'와 같은 시기에 본 애니메이션도 찾고 싶었다. 그런데 죽어라 제목이 생각이 안 나더라. 제목이 한국말로 2음절 혹은 4음절이고 에피소드 형식이었고 시대극이었고 엔딩 크레딧에 한국식 이름들이 많이 보여 신기했고 당시에도 그 애니를 검색해 봤는데 보는 이들이 없어 망했구나 짐작했던 기억만 나고 하지만 난 재밌었고.

그나마 쥐어 짜내서 주인공 직책이 일종의 수사기관의 책임자였던 게 기억이 나서 그럼 '요리키'일 것이다 지레짐작하고는 '요리키 애니메이션'으로 검색했더니 '식극의 소마'만 나오는데 그 요리 아니고요..

너무 범위가 좁은가 해서 '에도 시대 막부 애니메이션'으로 검색했더니 추천해 달라는 레딧 글 하나가 눈에 띄는데, 이 글 (정확히는 댓글) 에서 찾았다.

https://www.reddit.com/r/Animesuggest/comments/1efw20i/edo_periodfeudal_japan_anime_rec/?tl=ko

대한민국 방구석에서 망한 일본 애니메이션을 찾는데 영어권 사이트에서 도움을 받는 날이 올 줄이야. 감사합니다. 아리가또. 땡큐.

하지만 프라임 비디오에선 내려갔고 현재는 어느 ott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니 오호통재라. '배를 엮다' 애니메이션은 비록 당시엔 프라임 비디오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여러 ott에서 볼 수 있던데 '오니헤이'는 그냥 망해버려서 뒤늦게 올라올 일도 없을 것 같다는 게.. 늦게라도 조명받는 날이 올까? 그런데 이게 그렇게 재미가 없었나? 난 재밌었는데.

기억이 가물거리기는 한데 호쾌한 감정들은 아니었던 것 같고 각각의 에피마다 씁쓸함과 외로움? 같은 감정이 마냥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내가 너무 미화해서 기억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암튼,, 그렇게 저 애니메이션의 제목을 알게 되었고 그날은 기분 좋게 잠들었음은 물론이다. 아 맞다. '오니헤이' 엔딩곡도 좋았다.

そして・・生きなさい - 유키 사오리 (由紀さおり)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와중에도 찾아볼 거 다 봤다며. 그래서 제 컨디션을 찾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린 건지도..?! 아니면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그냥 낡아버린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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