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서야 비로소 컨디션이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아침에 눈 뜨는 순간 알았다. 드디어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제 자리를 찾았구나.

기념으로 점심에 라면도 먹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라면이 내 앞에 놓이는 순간, 젓가락으로 면발을 휘이휘이 저은 후 적당하게 들어 올려 입에 넣고 씹어 삼키는데 밀려오는 감동이란. 죽이고 수프고 됐다 그래라. 인간에겐 그저 맵짠단맛이 필요한 것이다.


예전에 프라임 비디오에서 애니메이션 두 개를 재미있게 봤었는데 그중 하나가 '배를 엮다'라는 애니메이션이었다. 같은 원작의 영화 '행복한 사전'도 찾아봤던 기억도 나고, 암튼 이번에 알게 된 게 작년에 '배를 엮다'로 드라마가 나왔다는 것이다. 아, 이건 꼭 봐야 한다는 의무감에 볼 수 있는 플랫폼을 찾았는데 가입한 ott가 몇 개인데 저 드라마 하나가 없더라.

그런데 웃긴 게 뭔지 아나? 'U+모바일tv'에 있더라고. 것도 그냥 코 빠져 있다가 검색 한번 해봤는데 '독점'이라고 떡하니 검색되는 게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냥 어디 예를 들어 (왓챠와는 사이가 안 좋을 테니 논외로 치고) 키노라이츠 검색 같은 그런 검색엔진과 제휴라도 해서 당신들이 보유 중인 영상들 홍보 좀 하면 안 되냐? 물론 모바일tv 앱이 좀 많이 거지 같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건 아니잖아.

이제 와서 말이지만 디즈니 플러스에서 이번에 올라왔다는 EMK뮤지컬들 (엘리자벳, 팬텀 등등) 이거 U+모바일tv에서 볼 수 있었는데 내려가고 디즈니플러스에 올라온 거다. 가끔 디즈니플러스 일한다고 뮤지컬 보라는 영업글(?) 같은 거 볼 때마다 나 혼자 짜게 식는데 이젠 무섭다고, 대한민국에서 나만 U+모바일tv에 올라왔었다는 걸 알고 있는 건가 싶어서. 홍보 좀 해 도대체 뭐 해.

암튼, 그렇게 '배를 엮다' 드라마도 봤는데 정말 정말 재밌게 봤다. 아마도 영화나 애니메이션처럼 같은 진행이었으면 봤던 거니까 그냥저냥 봤을 텐데 딱 13년 후를 시작점으로 사전이 완성되기까지의 3년, 주인공이 바뀌면서 시점도 바뀌고 예전 사전 편집부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 한마디, 컷 하나로만 내보이는데 새록새록 기억이 날듯 말 듯하고 (한 예로 15장의 연애편지 같은 거) 드라마를 다 보고 나니 입가의 미소가 절로 그려지는데 아아아...

원작을 읽지 않아 그 틀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어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연애'에 대한 정의도 물론 난 좋았지만 원작에 실렸는지는 몰라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세대에 종이 매체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나 팬더믹 상황 등은 분명히 원작에는 없는 것이다. 시대를 담아낸 용기있는 각색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고 아 맞다. 단 하나 아쉬웠던 건 애니메이션의 엔딩곡이 정말 좋았는데 재탕 좀 하지 그랬냐며.

I & I - Leola

ott 플랫폼이 큰 장벽이긴 한데.. ✓ U+ iptv 가입자다. ✓ '배를 엮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둘 중에 하나라도 재미있게 봤다,, 면 추천. U+모바일tv 앱 자체가 iptv 가입자가 아니라면- 아니어도 가입 가능하고 볼 수는 있지만 보기가 좀 힘든 앱이라 정말 구리다는 뜻 추천도 쉽지 않은 냉혹한 현실이여..


그렇게 당시 프라임 비디오에서 '배를 엮다'와 같은 시기에 본 애니메이션도 찾고 싶었다. 그런데 죽어라 제목이 생각이 안 나더라. 제목이 한국말로 2음절 혹은 4음절이고 에피소드 형식이었고 시대극이었고 엔딩 크레딧에 한국식 이름들이 많이 보여 신기했고 당시에도 그 애니를 검색해 봤는데 보는 이들이 없어 망했구나 짐작했던 기억만 나고 하지만 난 재밌었고.

그나마 쥐어 짜내서 주인공 직책이 일종의 수사기관의 책임자였던 게 기억이 나서 그럼 '요리키'일 것이다 지레짐작하고는 '요리키 애니메이션'으로 검색했더니 '식극의 소마'만 나오는데 그 요리 아니고요..

너무 범위가 좁은가 해서 '에도 시대 막부 애니메이션'으로 검색했더니 추천해 달라는 레딧 글 하나가 눈에 띄는데, 이 글 (정확히는 댓글) 에서 찾았다.

https://www.reddit.com/r/Animesuggest/comments/1efw20i/edo_periodfeudal_japan_anime_rec/?tl=ko

대한민국 방구석에서 망한 일본 애니메이션을 찾는데 영어권 사이트에서 도움을 받는 날이 올 줄이야. 감사합니다. 아리가또. 땡큐.

하지만 프라임 비디오에선 내려갔고 현재는 어느 ott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니 오호통재라. '배를 엮다' 애니메이션은 비록 당시엔 프라임 비디오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여러 ott에서 볼 수 있던데 '오니헤이'는 그냥 망해버려서 뒤늦게 올라올 일도 없을 것 같다는 게.. 늦게라도 조명받는 날이 올까? 그런데 이게 그렇게 재미가 없었나? 난 재밌었는데.

기억이 가물거리기는 한데 호쾌한 감정들은 아니었던 것 같고 각각의 에피마다 씁쓸함과 외로움? 같은 감정이 마냥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내가 너무 미화해서 기억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암튼,, 그렇게 저 애니메이션의 제목을 알게 되었고 그날은 기분 좋게 잠들었음은 물론이다. 아 맞다. '오니헤이' 엔딩곡도 좋았다.

そして・・生きなさい - 유키 사오리 (由紀さおり)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와중에도 찾아볼 거 다 봤다며. 그래서 제 컨디션을 찾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린 건지도..?! 아니면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그냥 낡아버린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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