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연휴가 이렇게 가는구나. 😥
오늘 무엇을 했나 돌이켜보면 일주일 간 못 먹은 라면을 종류별로 종일 먹었고 (짜파게티, 맛대가리 없는데 상표는 생각 안 나는 우동, 진라면 매운맛) 늦은 오후엔 가족 행사로 외출했다가 들어온 애인과 맥주를 마시며 "메리 앤 조지" 3화를 봤고 한참만에 뒤이어 들어오신 애인의 어머니께 '더 트롯쇼'를 틀어드렸다.
사실 오늘은 내심 책을 읽어야지 되뇌이며 머리맡에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도 갖다 놨는데, 그저 침대 위의 널브러짐이 너무 달콤했고 애인과 마시는 맥주가 너무 시원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을까. 아니, 입이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합시다. 그 모든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나라는 인간이 크고 깊은 문제였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널브러져 있기만 했는데 고개를 들면 30분이 흘러 있고 고개만 돌리면 한 시간이 흘러 있더이다, 아아... 이 비루한 인간이여.
허나, 참으로 달콤했던 널브러짐이었다. 어쩌면 쉬는 날 널브러져 있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일지도.. 물론 쉬는 날에 널브러져 있는 시간이 내게 오롯이 주어지는 이유는 애인의 독박 집안일 덕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 끄적이면서 가만 보니 나라는 인간은 됨됨이의 ㄷ자도 갖추지 못했구나. 널브러지는 시간을 좀 줄이고 청소라도 하면 될 것인데 아무것도 안 하면서 미안함과 고마움을 잊지 말자고 다짐하려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란 말이냐. 진짜 얄밉고 못됐다. 떼끼.